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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스님 나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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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상천리
댓글 0건 조회 84회 작성일 26-09-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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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늦가을, 차는 향기로웠고 햇살은 온화했다. 어떤 이야기에는 마법 같은 힘이 있어 시간이 흘러도 마음에 울림을 남긴다. 정관스님의 이야기가 그랬다. 우리는 천진암의 공양간에 앉아 스님이 손수 준비한 차를 마시며 음식과 사찰의 일상에 관해 이야기했다. 스님은 한 번에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천천히 신중하게 말한다. 그러다 호기심이 들거나 기분이 좋아 웃을 때는 목소리가 살짝 올라간다. 스님이 공양간에서 요리를 할 때의 또 다른 모습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관스님에게, 스님의 음식에, 불교가 알려주는 삶의 의미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음을 느꼈다. 그날 정관스님이 내게 들려준 건 탱자와 시간에 관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가을, 나는 스님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일찍 출발했다. 스님이 있는 사찰은 전남 내장산 국립공원의 남쪽에 있다. 어릴 때부터 절을 방문하는 것은 각별한 느낌을 주었다. 절에 가면 평범한 일상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가는 길은 험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절에 가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막연한 위안과 형언할 수 없는 평화가 밀려왔다.

 

한국의 가을은 참 아름답다. 여름 장마의 습한 더위는 사라지고 공기는 청량해져서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푸르며, 먼 풍경까지 맑고 선명하게 보인다. 가을의 아름다움은 특히 산사에서 잘 느낄 수 있는데, 스님이 사는 천진암도 마찬가지다. 마침내 시골 버스가 종점에 도착했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 절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세속의 소음을 뒤로하고 깊은 산길을 천천히 걸었다. 절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고 사방엔 자연뿐이었지만, 마음은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걷다 보면 자연스레 불교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이런 길들을 좋아한다.

 

사찰 주변의 드넓은 숲은 특별 보호 구역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만이 무수히 오간 길, 위안과 아름다움과 불심을 찾아 떠나온 이들의 길이 이어진다. 나이 많은 비자나무가 오랜 역사의 산증인처럼 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고, 길옆으로는 시냇물이 굽이진 계곡을 따라 흐른다. 이 길을 걷는 이는 곧 만나게 될 부처님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며 마음을 정돈하게 된다. 불교의 핵심적인 관점이자 가르침은 모든 것은 변하며 누구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동안 자연 속에서 걷다 보면 어느 틈에 벌써 붉은 문 몇 개를 지나 있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변화처럼, 어느새 한곳에서 다른 곳에 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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